생활의 지혜

김연아, Yu-Na, Yeon-A, Yona

안영도 2010. 3. 11. 08:28

"'김연아'를 '유나킴' 부르는 건…" 캐나다 진행자 배려에…

 

 

표제는 2010년 3월 11일의 조선일보 칼럼이다. 내용에는 피겨 선수 김연아를 캐나다에서 유나킴으로 부르는 이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다. 캐나다 뉴스 진행자가 김연아라고 부르지 않는 것을 미안해 하면서 유나킴이라 부르는 이유를 해명했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캐나다에서 김연아를 어떻게 부르건 우리가 시비할 사항은 아니다. 그리고 캐나다 사람들이 우리처럼 정확하게 김연아라고 발음하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음운구조가 완전히 달라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ㄱ (기역)은 영어의 g 도 k 도 아니며, 굳이 따지면 k 에 가깝다. 

 

잠깐 딴소리 하자면, 2010년 벽두에 느닷 없이 새로운 한글 문자를 창안하여 영어의 음운체계와 비슷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영어처럼 p, f, b, v, r, l 을 구분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참 부질 없는 짓이다. 인간이 만드는 소리, 자연이 창조하는 소리는 수없이 많다. 그것을 일일이 문자로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한글의 음운 체계를 하필이면 영어에 맞춘다고 할까? 그리고 그렇게 하고 싶어도 그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한 걸음만 더 깊히 생각해 보면 th, g, dg, w, y, z  등으로 우리와는 다른 소리가 많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영어의 모음과 한글의 모음은 완전히 다르다. 서로 다른 모음 체계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차라리 영어를 쓰지....

 

김연아가 자신의 이름을 Yu-Na 로 소개하면 영어 원어민은 당연히 유나로 발음한다. 그것을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의 자유이니까... 김연아가 김연아로 불리고 싶다면 가장 가까운 소리가 나도록 영어로 표기하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달리 써 놓고 그 많은 원어민을 일일이 쫓아가서 어떻게 읽어야 된다고 설명해 줄 수는 없고, 대중매체에 광고를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김연아 뿐만 아니라 한국인 모두는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자기 이름을 우리 발음에 "가장 가깝게" 영문으로 표기하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그런데 정부, 정확하게는 국립국어원의 고유명사 영문 표기 지침은 한 마디로 넌센스이다. 지침을 개정한 공식 취지가 "영문표기를 우리 식으로 한다"였으니까. 영문 표기는 명백히 외국인을 위해서 실시하는 것인데 그것을 우리 식으로 한다니...

 

국립국어원의 지침에 따르면 김연아는 Gim Yeon-A 가 되어야 한다. 김연아는 그 지침을 어겼다. 신지애는 Ji-Ae 로 써야 하나 막상 그녀는 Jiyai로 쓴다. 말하자면 세계적 명사인 두 사람은 정부의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 필자가 짐작하기엔 그들은 특별히 외국 활동이 많기 때문에 지침보다는 원어민의 발음에 더욱 가까운 표기가 필요했으리라. 국어원의 지침 대로라면 원래 발음과 전혀 다른 소리가 될 뿐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원어민들은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라서 당혹감을 느낄 것이다.

 

필자는 다른 글("멍청한" 어문정책)에서 한국의 어문정책이 우물안 개구리 식일 뿐만 아니라 자가당착임을 지적한 적이 있다. 도로 표지판이야 개별 시민이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기의 이름을 올바르게 옮겨 적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며, 세계화 시대에는 꼭 필요한 일이다. 자신의 이름은 자신의 브랜드이니까. My name is my brand ! 

 

김연아나 신지애 본인이 선택한 영문 표기는 그래도 본시 발음에 가깝고 독창적이다. 그렇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더 나은 대안이 있다. 김연아는 Yona Kim, 신지애는 Chiyay Synn 이다. 더 관심이 있으신 분에게는 이 브로그에 있는 다른 글(내 이름의 영문표기  세계화 시대의 작명법) 이 참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