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의 절반은 자기책임성
인간사회에서 계획경제가 존립하기 어려움은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증명되었다. 프란시스 후쿠야마의 말을 빌리면 "시장경제냐, 계획경제냐" 하는 논쟁은 종언을 고했다 ("End of History"). 시장경제 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우리 나라도 분명히 시장경제를 경제정책의 바탕으로 채택하고 있다.
두말할 필요없이 시장경제는 "자유로운 선택"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자신이 원하는 상품, 학교, 식당, 직업, 사업 등의 무엇이든지 자유의지에 따라서 고를 수 있다. 그런데 개개인이 가지는 그 자유로움(freedom)에는 두 가지 전제가 있다. 하나는 게임 규칙을 지키는 일이고, 둘은 선택에 대한 자기책임성이다.
시장경제가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 "게임의 규칙"(rules of game)이 지켜져야 하는 점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개개인이 법규를 지켜야 하지만, 위반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제재할 수 있으므로 "법치(rule of law) 확립"은 일단 정부의 소관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법치의 필요성에 비해서 자기책임성(accountabillity)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시장경제의 원칙에 충실하자면 개인의 선택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온당하다. 아무런 강제 없이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로 결정한 일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모든 정보가 공개된 상품을 정상 절차를 통해서 구입한다면 결과가 좋든 싫든 스스로 책임질 일이다. 혹시 불만이 있다면 잘못된 선택을 두고 스스로를 나무라야만 한다. 가격이 높다면 사지 않으면 될 일이고, 공급자를 나무래서는 안된다.
현실에서는 정부가 개입해서 소비자를 보호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다. 자기책임을 남에게 미루는 일일 뿐만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정부 개입은 규제 강화와 동의어이다. 정부가 개입하는 유일한 이유는 관련자들이 정해진 틀에 맞추도록 강제하기 위함이다. 모두가 규제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준법비용이 발생되고, 정부는 정부대로 집행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국가전체로 비용이 증가해서 모두에게 손실이 된다. 비효율은 곧 생산성의 하락을 뜻하고 그러면 국가경제의 역동성은 둔화된다. 더욱 나쁜 것은 행동의 틀이 정해지면 개인에게나 기업에게나 혁신(innovation)의 유인이 줄어드는 점이다. 튀는 행동은 통제를 받기 때문에 혁신이 기술적으로 어렵기도 하다. 그냥 현재의 방식대로 모든 일을 처리하면 만사형통이고, 또 그럴 수밖에 없으니 혁신은 물건너 간다.
개인의 자기책임성을 정부에 미루었기 때문에 잘못된 결과가 초래된 경우로 "온라인 결제 보안장치"를 들 수가 있다. 사고방지에만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결제절차가 복잡하게 되어, 2010년초에 널리 보도된 것처럼 외국인은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 어려움은 한국에서 평생을 살고 있는 필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금액이 조금만 커도, 이런 인증에 저런 절차를 재삼차 밟아야 하는데 필자는 따라가기 힘들다. 외국인처럼 구매를 아예 포기하고 만다. 절차에 대한 소비자의 불편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보면, 국내총생산이 줄어들고 국가경제의 활력이 떨어진다. 종국적으로 시민 개개인의 소득이 줄고, 일자리도 찾기 힘들어 진다.
조선일보의 어떤 칼럼에서 "한국에 B2B 온라인 사이트가 부실한 이유" 를 설명하고 있다 ([태평로] 한국의 알리바바닷컴은 왜 없나, 2010. 2. 23).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인터넷 기술의 측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던 그 나라에서는, 뒤늦게 출발한 한 기업(아리바바)이 그 분야에서 세계를 호령한다. 온라인 결제의 안전 시스템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 논설위원의 설명인데 필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사고가 나지 않게끔 이중 삼중으로 보안장치를 마련한 탓이다.
이 일에서 얻는 교훈은 간단하다. 일상생활에서 안전도 중요하지만 자유는 더욱 가치가 크다는 점이다. 온라인에서 사고는 분명히 일어나고, 가능하면 막는 것이 좋다. (사실 오프라인에서도 결제 사고는 언제나 발생한다.) 그렇지만 사고방지 장치가 자유마저 침해하면 행위 자체가 제한을 받는다. 결제 상의 안전만 생각하면 결제의 원인인 구매가 위축된다. 필자가 구매하지 못한 것처럼.....
사고를 막아야 하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미룰 수 있다. 한국을 제외한 대다수의 나라에서 온라인 결제는 카드 번호, 비밀 번호의 입력 정도로 끝난다. 그렇게 하면 사고의 가능성은 물론 높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사고는 그리 많지 않고 또 사고가 있어도 당사자끼리 해결하도록 내버려 둔다. 극히 일부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정상 거래를 위축시키지는 않는다. 모든 제도가 선량한 다수의 거래에 초점을 맞추지, 어쩌다 생길 수 있는 사고를 중심에 두지 않는다. 말그대로 "사고"는 비정상적인, 그래서 어쩌다 일어나는 일일 뿐이다.
사실 시장경제에서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의 신뢰성을 확인하고, 또 사고가 생겼을 때의 대처방안을 어느 정도는 가늠할 줄 안다. 개인의 책임으로 미루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어떤 방식을 선택할 것인지는 시민의 몫이다. 일마다 정부의 개입을 자청하여 사사건건 기속 받으면서 위축되고 불편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가끔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자유롭게 행동하면서 보다 역동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할 것인가? 필자의 생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위의 논설위원도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끔 일어나는 온라인 사고를 감수하고라도 세계를 무대로 하는 B2B 사업을 육성하는 것이 낫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모든 문제를 정부 탓으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작은 사고가 생겨도 정부가 개입해서 예방해 주기를 바란다. 그 자체는 나무랄 바 없지만, 불행히도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공짜 점심은 없는 것이다. 아울러 개개인이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면 웬만한 사고는 스스로 예방할 수 있기도 하다.
정리하면, 시장경제는 "자기책임성을 바탕에 둔 선택의 자유"를 말한다. 그런 원칙에 충실하여 스스로 책임짐으로써 보다 자유로운 생활을 찾는 것이 옳은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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