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어른스러워질 때가 아닌지?
2002년의 동계 올림픽 이후에 안톤 오노는 한국인에게는 으뜸가는 "공공의 적"이 됐습니다. 반면에 김동성은 영웅으로 떠 올랐습니다. 국위를 빛낼 김동성의 금메달을 억울하게도 오노에게 뺐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왼쪽 사진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시발점입니다.
억울함에서 비롯된 공분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오래동안, 너무 작은 일에 집착해 온 것이 아닌지 이제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톤 오노에 대한 증오심은 우리 국민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이제는 버려야 할 것입니다.
당시의 김동성 사건과 같은 일은 언제나, 어디서나, 어떤 종목에서나 일어납니다. 특히 쇼트 트랙이라는 종목 자체가 구조적으로 사고와 오심이 있도록 돼 있습니다. 어쩌면 단골로 분쟁을 일어키는 그 종목은 "페어 플레이를 통한 친분 도모"를 목표로 하는 올림픽에는 맞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심판이 인간인 이상은 모든 잘못을 잡아내고, 누구의 반칙인지 완벽하게 판정할 수는 없습니다. 잘못 관찰하는 오심도 일어나고, 때로 개최국의 텃세 때문에 편파적으로 판정하기도 합니다. 설사 비디오 판정을 한다해도 어차피 판단은 주관적이므로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최한 88 올림픽이나 2002 월드컵에서도 다 그랬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을 우리는 철저히 아전인수로 해석했습니다. 오노와 심판의 불순한 의도가 개입됐다고 단정하고 두 사람을 공적으로 지목하여 지금까지 8년 이상을 원망해 오고 있습니다. 뭔가 "쪼잔하지" 않은가요?
그런데 특정 인물, 특정 사건을 국가적으로 적대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자칫 전체주의 사고를 배양할 수 있으니까요. 필자는 오노 사건이 그렇지 않은가 우려합니다. 오노 및 관련 심판, 혹은 외국 심판은 무조건 나쁜 O들이고, 김동성 등의 우리 선수들은 언제나 선량한 피해자라는 식의 2분법 접근은 아닌가요? 선입견은 진실을 외면하게 만들고, 획일적 사고를 유도하여 혁신과 사회발전의 장애물이 됩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안정환 선수가 오노 사건을 풍자한 골 세리머니를 연출했고, 그에 대해 국민적 환호를 보냈습니다. 집단적으로 복수의 쾌감을 느낀 것은 아닐까요? 그 장면이 온 세계의 대중매체에 보도됐는데 외국인들이 우리를 동정하고 우리처럼 오노를 욕했을까요? 혹시 "구들목 장군"의 행위는 아니었을까요?
다음으로 당사자인 김동성과 오노의 전문인(프로페셔널)으로서의 행적, 그리고 각자가 사회에 미친 영향은 어떨까요? 김동성에게는 임창열 경기도 지사가 공식 기회를 만들어 별도로 준비한 "대체 금메달"을 수여하였지요. 그렇게 성원을 보냈건만 그 뒤에 그가 진정한 전문 선수로 그듭 났나요? 아니면 연예계나 기웃거리면서 선수 생명을 스스로 단축하였나요? 그는 국위를 드높일 올림픽 메달은 몇 개나 땄나요? 프로는 프로다와야 프로입니다.
오노가 2002년에 "고의로" 헐리우드 액션을 했고, 그런 짓을 계속하는 근본이 치사한 사람인지 필자는 모릅니다. 사실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전문 선수로서는 미국인 최대의 성과를 거두고, 운동 선수로서의 우상, 청소년의 역할 모델이 됐습니다. 2002년 2월 21일의 그 사건 이후로 그는 모두 7개의 올림픽 메달을 얻어서 미국의 동계 종목 선수로서는 최다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아래의 오른쪽 사진이 바로 손가락으로 메달 7개를 자랑하는 그 장면인데 정확하게 8년 뒤인 2010년 2월 21일의 일입니다. 역사는 알게 모르게 우연의 일치를 잘 만들어 내기도 하지요.
Ohno's Bronze Makes Him Most Decorated American Winter Olympian (2010. 2. 21. 뉴욕 타임즈)
(오노의 동메달--최다 훈장의 동계 올림픽 사나이)
After Setback, Ohno Wins 8th Medal (2010. 2. 26. 뉴욕 타임즈)
(주춤한 뒤에 여덜 번째 메달을 딴 오노)
제발 꿈 좀 깹시다.
우리끼리 한풀이 해 보아야 우물안 개구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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