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지혜

대한국민의 대통령 복

안영도 2009. 12. 23. 09:18

MB "난 정치 다시 할 사람 아니기 때문에…"

 

표제는 2009. 12. 23일자 어느 일간지 기사의 부제이다. 당시 대통령(MB)이 가끔씩 입에 올린 말을 인용한 것이다.

 

필자의 선호부터 먼저 밝히자면 그에게 투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상대인에 투표했다는 말은 아니다.) 투표하기엔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단임의 대통령으로서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겠다"는 점에 큰 호감을 갖는다.

 

대통령이라면 누구나 나라의 장래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고, 더구나 단임이니까 정치인의 숙명인 "표 계산"도 필요 없다. 그런데 너무다 당연한 그의 말이 그리 참신하고 감동적으로 들릴까? 아마도 그런 대통령의 자세가 한국에서는 뉴스이기 때문일 것이다.

 

후임자가 염두에 없었을 건국 초기를 빼고 지난 30년 정도를 돌이켜 보면, 한국의 대통령은 모두 후임자에 큰 신경을 썼다. 그리하여 국가의 장래보다 "다음 선거"를 과민할 정도로 의식하였다. 

 

1997년 경제위기는 한국경제의 구식 패러다임이 한계에 봉착해서 생긴 것이다.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사회의 제도와 관습을 대폭 바꿀 필요가 있었고, 말 그대로의 위기였기에 어떤 정책도 먹혀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위기를 수습했다"고 언필칭 자랑하는 당시 행정부는 단기 실적에 급급해서 근본 개혁은 손도 대지 않고 넘겼다. 그 결과, 국가경제의 패러다임 측면에서 보면 경제위기 전후에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정부는 계속 자원 배분에 개입하고, 그 결과로 자원은 재벌에 집중된다. 유난스레 남발한 특별사면으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더욱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법치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그런 구식 모델로는 국가경제의 잠재성장률을 3.5% 내외에서 크게 신장시킬 수는 없다. (잠재성장률이 최소한 5%를 넘지 않으면 한국은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다.)

 

"IMF 구제금융의 부대조건"으로 제시된 일부의 개혁조치가 있었지만 그것도 유명무실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감리 장치(corporate governance)라 할 것인데 사외이사의 임명이 의무화되긴 했지만 재벌총수의 전횡이 달라진 것은 없다. 예컨대 2009년 12월에 한국 대표 기업의 경영진이 대폭 개편되었는데 누가 그 인사를 시행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최고경영자의 선임은 응당 이사회가 하련만....)

 

아마도 인기에 영합한 정치 덕분에 위기수습의 그 특정 행정부는 후계자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그 후임의 대통령도 다분히 대중적 인기를 염두에 두었고, 그가 하는 일은 행정이 아니라 정치였다. 그 덕분에 대한국민은 그 후임자의 퇴임 이후에 "깊이 박힌 대못"을 빼내느라 꽤나 힘을 쏟았다.

 

왜 과거의 한국 대통령은 한결같이 다음 선거를 걱정했을까? 정치나 정책의 영속성을 원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영속성을 위해서 잘못된 정책을 골라도 될 것인가? 상식적으로 그건 아닐 것이다.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당연히 국가의 장래가 최우선 고려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국가의 장래를 희생한 선택이라면 그 정책은 일시적임이 바람직하다. 결국, 후임자에 대한 집착이 영속성 걱정은 아니라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후임을, 다음 선거를 걱정하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대통령들이 퇴임 후에 벌어진 일을 보면 정말 가지고 싶지 않은 우려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