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가 흐트러진 세상
잘 알려진 애기지만 처칠은 민주주의에 대해서 이렇게 평했다:
민주주의란 세상에서 가장 나쁜 정치제도이다.
인류가 지금까지 시도해 본 각종 제도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Democracy is the worst form of government except for those others that have been tried.
민주주의는 결점 투성이이다.
그렇지만 그보다 나은 대안이 없다.
우리 엄마, 우리 아빠는 맨날 실수만 한다.
그러나 내게는 아무런 대안이 없다.
민주주의의 생명은
그 절차의 정당성에 있다.
선거를 통해서 엉뚱한 사람이 뽑히기도 하지만
길게 보면 다수에 의한 선출보다 나은 대안이 없다.
민주주의에선 절차가 중요하기 때문에
설사 살인자라도 증거확보 절차가 불법이면
처벌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런데 작금의 한국사회를 보면
절차가 무시되고 결과만 중시하는 것이
시대 풍조가 되고 있다.
지난 며칠 사이의 언론보도만 살펴도 그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1) 이완구씨가 사석에서 말한 것이 불법으로 공개되어 그가 몰매를 맞았다.
필자가 봐도 국무총리감은 아닌 듯하지만
그렇다고 불법자료로 마녀사냥을 해서는 더 큰 문제이다.
(정말로 심각한 대~~한민국의 문제는
인준과정을 통과할 총리커녕 국장감도 "완죤 뻥"이라는 사실이다.)
2) 실명으로 글을 쓴 가카새끼 판사는 버젓이 국회의원이 됐다.
정당하게 익명으로 글을 쓴 부장판사는
불법으로 그 신상이 털려서 여론의 몰매를 맞고 있다.
익명이 허용된 공간이라면 무슨 말을 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그런데 불법으로 그 신상이 밝혀졌다면 그것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더 없이 심각한 침해이다.
이치가 그러함에도 한국의 대중매체는 불법절차는 간 데 없고
개인의 사생활만 들추어서 옳으니 그러니 말한다.
부장판사가 아니라 부장판사 할아버지라도 사생활은 자유라서 구린 데가 있다.
부장판사가 아니라 대법원장이라도 욕하고 싶은 속마음으로 가득찰 수 있다.
정청래가 말한 닉슨은 합법적으로 대통령이 됐지만
속마음으로 권모술수를 동원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겉과 속, 공적 및 사적생활이 다르기로는 아마도 DJ를 따를 사람이 없으리라.
그런데 그깟 부장판사쯤이랴....
옛날에 어떤 땡중이 말했다:
앤 헤사웨이나 내를리 폴트먼의 뱃속에도 오물이 가득하다.
4)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인준하게 헌법에 나와 있다.
그런데 명색이 야당대표라는 사람이
자신의 편의에 따라서 "여론조사"를 통해서 인준하자고 말한다.
절차를 "완죤 뻥치는" 그의 말도
"여론조사" 통하면 거의 틀림없이 60% 지지를 받을 것이다.
5) 재판의 판결은 당해 행위만 놓고 따지지 피고인의 심성을 참작하는 것은 아니다.
조현아가 불법행위를 했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런데 담당 판사는 온갖 심성적 요소를 감안하여 판결했다.
그리고 그 판결이 마녀사냥의 영향을 상당하게 받은 듯하다.
아무리 조현아의 죄가 큰들 김승연의 죄만 하겠는가?
그런데 김승연은 풀어주고 조현아만 가둔다.
(김승연은 가짜 환자였지만, 조현아는 실제로 어린 쌍둥이가 있다.)
죄를 짓지 않고도 힘 없다는 이유만으로
10개월 감옥살이한 그 "머리끄덩이 녀"가 얼핏 떠 오른다.
(머리털을 뽑은 것도 아니고 끄덩이 당기는 것이 죄라면
대~~한민국은 온통 죄인으로 가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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