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지혜

애완견이 반려동물이면 배우자는 애완인이 되나?

안영도 2014. 12. 8. 15:07

한글 삼류화를 촉진하는 어슬픈 자비심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원칙이 없어져 간다.

그리하여 한글 위상의 추락을 촉진한다.

(50년 후 한글의 위상)

무원칙 중의 한가지가 엉터리 높임말이다.

 

"땅콩 퀴즈 "라는 제목으로 다른 자리에서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명칭을 따져본 적이 있다.

 

여기서는 몇 가지 다른 예를 들기로 한다.

누가 쓰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요즘은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를  반려동물이라고 부르곤한다.

개나 고양이를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에게

배우자의 위치는 어떻게 되나?

 

배우자는 누구보다 앞서서 존중해야 할 입장이었기에

예로부터 반려자(伴侶者, 짝)라 불러왔다.

이제 그 말을 개와 고양이에 양보하여

개와 고양이를 "짝"이라고 지정하면

배우자는 "애완인"(愛玩人)이 되어야 할 법하다.

(차마 "애완동물"이라 부를 수는 없겠지. 그나마 "삼식이 새끼"보다는 나은가?)

(참으로 궁금한 것은 개 혹은 고양이가 짝인 사람의 후세는 어떻게 되나?)

 

국립국어원의 표기원칙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흔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비장애인이라 부른다.

그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다.

어떤 사안을 두고서라도 절대다수에 대한 이름을 먼저 정한다.

그리고 예외에 대해서 특별히 다른 이름을 붙인다.

예외의 이름을 먼저 정하고 주류에 대해서 부정어를 붙이는 그런 어법은 없다.

 

이제 비장애인의 경우를 다시 따져보자.

장애인을 비정상인이라 부를 수야 없겠지만

그렇다고 정상적 사람을 정상인으로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다시 말해서 절대다수의 사람을 정상인이라 부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게 사람을 차별하는 듯해서 싫다면 일반인이라고 부르면 그만이다. 

굳이 "비장애인"이라 지칭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만약에 정상인을 비장애인이라고 부른다면

농아에 대비되는 말은 비농아, 맹인에 대비되는 말은 비맹인이 될 것이다.

두눈 가진 사람을 비애꾸라 함은 어법에 맞지 않고 천박스러우니

점잖하게 비편안인(非片眼人)으로 칭해야 할 것이다. 

변호사가 아닌 일반 사람은 비변호사, 자영업자는 비회사원이 된다.

대통령이 아닌 필자같은 사람은 비대통령이다.

물론 비장관, 비회사원, 비목사, 비군인 등등으로 그때그때 다른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필자는 가끔 농반진반으로

"시각장애인 코끼리 만지기"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왜냐하면 맹인, 소경, 장님 따위의 표현은 금기어이기 때문이다.

그런 식이 되다보니

"남의 집 며느리로서 청각장애인 3년, 언어장애인 3년"이란  

괴상망칙한 표현이 될 수밖에 없다.

 

따져 봅시다.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한 홍길동은 희대의 풍운아가 됐다.

장님을 장님이라 말하지 않고

절름발이를 절름발이라 칭하지 않으면 세상일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고 장님이 눈을 뜨는가?

귀머거리를 다르게 부른다고 비청각장애인이 되는가?

 

그런 식으로 "이름 가지고 장난하면" 그 끝은 보이지 않는다.

모르긴 몰라도 소경을 "장님"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존중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탄생한 장님이란 말이 차별적이어서 지금처럼 "시각장애인"이라 칭하자.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시각장애인의 어감도 지금의 장님처럼 차별적이 된다.

왜냐하면 무어라 부르건 장님은 장님이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이란 말이 차별적으로 들리면 그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선천적 각막 결함인" 아니면 "후천적 각막 훼손인"이라고 부를까?

그러면 정상인 혹은 일반인은

"비선천적 각막 결함우"가 되고 동시에 "비후천적 각막 훼손우"가 되겠지, 아마.

 

잘 따져보면 우리 주변엔

자비심에서 출발한  그 같은 어슬픈 용어가 한 둘이 아니다.

호칭이 아닌 일반 명사로서의 "어르신," "장애우" 등을 포함하여.....

제발 좀 솔직해 지자.

"어른" 만으로도 중분한 존칭이 되고

"장애우"라 부른다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 옳지도 맞지도 않은 어중뜨기 용어는 언어생활의 혼란만 초래한다.

(어중뜨기는 또 어떻게 부르나? 비시비비인/ 非是非非人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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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에서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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