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지혜

50년 후 한글의 위상

안영도 2014. 10. 10. 18:22

조선시대의 언문 아니면 홍콩의 중국어

 

한글에 대한 애착으로 말하면 필자는 어느 누구에 지지 않을 것이다.

외솔 최현배 선생의 열렬한 팬이었고,

꽤 알려진 고등학교에서 국어성적은 언제나 전교 일등이었다.

동기들은 철저한 시골내기인 필자가

국어에서 탁월한 성적을 올리는 것을 보고는 경탄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한글이 존속되고 발전되기를 누구보다 희망한다.

그런데 세상일은 애착 혹은 희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단언컨대,

희망과는 달리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한글의 위상은 위축될 것이다.

그리하여 50년쯤 지나면 한글은 조선시대의 언문(諺文)이나

홍콩의 중국어처럼 일부계층이나 상용하는 말이 될 것이다.

필자가 그렇게 말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언어는 생활의 도구일뿐 그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곧 언어이다.

그런데 세계화의 추세를 거부할 수 없고 보면 일상생활의 국제화는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언어의 국제화도 거스를 수 없다.

지금처럼 서구가 세계를 움직이면 영어가

중국이 내외 인구를 바탕으로 경제적 주류(pax sinica)로 등장하면 된다면 중국어가 세계어가 된다.

그러면 한글은 국지적 생활(local affairs)을 위해서만 필요한 언어에 그치게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글의 발전에 열성일 기울이기 어렵지만

그렇게 한대도 나 자신이 손해를 보는 어리석인 일일 뿐이다.

 

둘째, 언어는 기본적으로 관습니다.

그래서 다수의 사람들이 쓰는 대로 흘러간다.

현재 한국의 언어 습관을 보면 한자는 쓰지 않음에도 용어는 70%가 한자어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글이 발전할 수는 없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하게 말하면 한자를 쓰지 않는 한글은 반쪽짜리 언어이다.

이는 일본의 가나가 반쪽짜리 언어임과 진배없다.

그리하여 세월과 더불어 한글의 쇠락은 촉진되게 마련이다.

더구나 정보기술의 발달고 더불어 계층별로 쓰는 한글이 달라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한글이 파괴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전자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후자는 우리가 자초하는 일이다.

한글의 쇠락을 가속하는 일에는 정부에서 시작하여 시민 모두가 동참하고 있다.

 

1.한국  정부의 한글 퇴화 정책은 다른 글 "멍청한" 어문정책 에서 밝혔다.

2. 여론 지도층은 너나 없이 "아이러니하게" 식의 어법에 맞지도 않는 영어를 남용한다.

3. 특히 여성 잡지는 "쉬크하고 엘리건트하게" 등의 표현으로 가득차 있다.

4. 젊은 층의 사이버 암호 용어가 일반 언어생활을 점점 오염시킨다.

5. 아무도 한자 혹은 영어 용어를 합당한 한글 영어로 바꾸려 노력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한글을 사용한 계층간 의사소통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지금은 영어, 나중에는 혹시 중국어를 써야 확실한 의사전달이 가능해진다.

 

그러면 한글의 조기 쇠락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미안한 얘기지만 그런 방법은 없다. 

언어는 관습이라서 누구도 그 흐름을 막기는 쉽지 않다.

지연시킬 수 있을 뿐인데  그것을 위해서라면 위의 1과 2가 그 핵심이 된다. 

그런데 지연책도 현실성이 전혀 없다.

그리고 뭇 사람들이 일년에 한번 한글날에 제안하는 각종 방안은

모두 공자님 말씀일뿐 구체성이나 현실성이 전혀없다.

 

정말 안된 말이지만 굳이 한글을 보존하려 노력할 필요도 없다.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영어교육을 강화하는 게 차라리 낫다.

어차피 시간문제라면 촉진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여러 권의 저서를 한글로 출간한 바 있다.

그러다가 얼마전부터 생각을 바꾸었다.

저서나 논문은 모두 영어로 작성하기로....

그래야만 고문(古文) 혹은 고서 (古書) 취급을 면할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