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지혜

자본시장 통합법과 투자자 보호

안영도 2009. 2. 4. 08:46

사건마다 법률 하나

(One Law for Every Contingengy)

 

인간 생활이 복잡(複雜)해 질수록 게임의 법칙은 다단(多端)해 진다.

새로운 경험, 사건, 문제가 생기고, 그에 대응하여 또다른 법률이 만들어진다.

 

사고의 가능성이 줄이기 위해서는 법률이 많을 수록 좋겠지만

호사다마라고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본시 규칙이란 자유에 대한 구속을 의미하기 때문에

적용을 받는 사람은 당장 불편함을 느낀다.

불편함은 돈드는 일이 아니라서 참을 수도 있지만

규칙준수를 위해서는 시간과 금전이라는 "돈"(비용)도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규칙의 시행자인 정부에게는 집행비용이 증대된다.

 

준법 및 집행 비용이 증가해도 법치확립에 도움이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고 논리적으로 정당화될 수도 있다.

말하자면 효율성(efficiency)엔 손실이 있지만

효과성(effectiveness) 측면에서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효과성 측면에서의 이득은 확실하지 않다.

법규가 복잡하면 준법과 집행이 다 어렵워

반칙하는 사람에게 무거운 벌을 줄 수가 없다.

상세한 법규 때문에 도리혀 준법정신이 퇴색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자유와 안전의 균형" 참조)

 

한국 정부는 새로운 법률 만들기를 좋아한다.

상당히 예외적인 일이 발생해도 그 특별한 경우에 맞춘 법,

즉 특별법을 잘 만든다 (<사례 1, 2> 참조).

(이름에 "특별법"이라고 붙은 것도 있고 사실상의 특별법은 더 많다.)

그래서 해외 언론으로부터 "문제 하나에 법 한개"라는 비아냥을 가끔 듣는다.

 

한국이 특별법 천국이 된 데에는 사실 정부만 잘못한 것은 아니다.

특정 분야에 특별한 사고가 생기면

각급 언론은 어김 없이 정부의 관리 소홀을 나무란다.

정부가 모든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자 한다면, 자연히 규칙부터 만들게 된다.

"사고마다 특별법"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나 시장경제는 모두 자유를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자유(liberty)와 자기책임(accountability)은 동전의 양면이다.

자유의지로 행한 일이라면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자기책임을 회피하려면 규제가 강화되고 자유는 축소된다.

정부를 탓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볼 필요도 있는 것이다.

 

 <사례 1> 국회폭력 방지 특별법. 2009년 2월 현재 한나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특별법이다. 국회폭력과 국회밖 폭력이 다를 바 없는데 왜 굳이 국회폭력을 다르게 다스리려고 하는지? 국회폭력을 더 엄하게 처벌하려는지, 아니면 조금은 관대하게 하려는지?

             대한민국에는 이미 폭력을 다스리는 형법이 있지 않는가? 그 법률을 엄정하게 집행하면 될 일 아니가? 아니면 지금까지 사법 당국이 국회폭력에는 엄격하고 국회밖 폭력에는 관대했다는 의미인지?

             결국, 한국법치의 현실 즉, 유권무죄, 유전무죄임을 자인하는 것밖에 더 되겠는가?

 

<사례 2> 자본시장 통합법. 대중매체 보도에 따르면 2009년 2월 4일부터 이 법률이 시행된다. 투자 희망자가 금융기관을 방문하면 "일반투자자 투자정보 확인서"를 작성하면 점수가 매겨지고 5단계 중의 하나인 등급을 부여받는다. 그에 따라 투자자 및 주선인(broker)행동은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투자계정 개설에는 줄잡아 1시간은 소용될 듯하다.

           이유인 즉슨 "고객의 투자성향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금융상품을 팔다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필자의 소감으로는 "한국 정부는 참 친절하기도 하셔라. 별 걱정을 다 해주시니…"일 뿐이다. 분쟁이 있다면 사건별로 법원에서 판단하면 될 일이지 규칙을 왜 다시 만들까?  분쟁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기에, 많고 많은 선의의 투자자에게 고통을 안길까? 투자 희망자에게 조언이 필요하다 해도 그것은 당사자에게 맞길 일이 아닌가? 더구나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자기책임을 아는 성인이 아니겠는가?  

           아마도 KIKO 같은 사고를 방지하고자 함일 터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에도 금융기관의 잘못은 기존의 법규에 따라서 책임을 묻고, 단순한 투자손실이었다면 투자자가 감내해야 할 일이다. 그렇잖아도 할일 많은 정부가 그런일까지 챙길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