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지혜

전여옥, 신정아, 윤석화 그리고 자격증

안영도 2009. 1. 6. 22:38

자격증 제도: 있는 것, 아니면 없는 것이 좋은가?

 

세상에는 여러 가지 자격증이 있고 그 가지 수는 나날이 늘어간다.

인류 최초의 자격증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바 없지만

한국 같으면 아마도 과거(過擧)가 최초의 자격고시가 아니었을까?

(신라시대에 화랑이 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했나?)

요즈음에야 의사, 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법무사...., 심지어 장의사까지?

 

그런데 자격증 제도의 순·역 기능을 한 번쯤 짚어 보셨는지?

미국처럼 기초적 법률지식을 갖춘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변호사 면허를 주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한국처럼 청춘을 바쳐서 준비하도록 선별함이 옳은지?

(아마도 전자가 맞기에 한국에도 로스쿨을 만들었겠지.)

 

한국에 공인중개사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이 1987년이었던가?

과거 복덕방 할아버지의 서비스가 나았는지

요즈음 중개사무소의 30대 실장 아가씨가 부동산에 대해서 더 많이 아는지?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자격증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다.

서비스를 규격화한 것은 좋지만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다하게 기속(羈束)할 수도 있다.

부동산을 소개하는 데에 인수분해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조금만 연구해 보면 소장(訴狀)을 쓸 수 있는데,

그런 일을 굳이 자격증 가진 사람만이 종사하도록 규제할 이유는 없지 않을지?

 

자격증이 신분을 보장해 주니까

직업능력을 키워야 된다는 유인을 없애는 문제도 있다.

경쟁이 없으니 "자기개발"이라는 고통을 굳이 자청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시작됐겠지만 현실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로

"한국의 고급공무원이나 판검사는 고시 붙으면 공부 끝이지만

미국에서는 임용이 공부의 시작이다"라는 것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직종에 상관 없이

한국 직업인의 평균적 실력은 미국, 일본, 중국에 훨씬 못 미친다.

 

자격증 제도의 공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자면

결국 시장경제와 통제경제라는 고차원적인 논쟁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여기서의 논의는 이만 줄인다.  

다만, 시장경제론자는 모든 것을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하고

통제경제론자는 선의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국가가 자격을 지정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가공인 변호사가 사기행위를 하면 누가 책임지나?)

 

정치인, 교수, 예술인

 

재미삼아 국가가 자격을 반드시 지정해야 할 직종을 10가지만 고른다면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

 

우선순위를 매기자면

그 기준은 공공성, 즉 사회 일반에 미치는 영향이 먼저라야 될 것이다. 

그러면 공공성(公共性)은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해당직업의 종사자가 상대하는 사람의 숫자, 그리고 그들에 대한 영향력?

 

그 다음은 아마도 전문적 기능성이겠지?

 

초·중·고등학교 교사는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을  상대하니까

자격이 중요하겠다.

 

의·약·간호사는?

전문성이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환자, 잠재적 환자, 후견인 혹은 보호자가 판단하면 될 것 아닌가?

 

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관세사, 세무사, 법무사 등은 어떤가?

그런 일들이 그렇게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고 또한 공공성이 강한가?

괜히 시민의 헌법적 자유(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면서

자격증 소지자의 독점이익(경제학에서는 이것을 "rent"라 부른다)만 지켜주는 것은 아닐까?

 

대학교수는 어떤가?

대학생은 이렇게 보나 저렇게 따지나 성인이고

成人은 정의에 따라서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대학생 각자의 판단과 선택에 맡기면 되지

꼭 자격증을 교수로부터 요구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닐까?

(참고로, 국가나 사회가 자격증을 주는 것과

임용 대학이 자격기준을 정함은 매우 다른 이야기이다.)

 

예술인은 어떨까?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면 당대의 고수가 아닐까?

무대에 서는데 대졸이면 어떻고 무학이면 어떤가?

가사(假使), 예술분야 교수를 임용한다고 하면 

굳이 연예학 박사니, 무용학 박사니 필요 없지 않을까?

(큐레이터도 예술인 아닌가?)

 

정치인은 어떨까?

글쎄......

 

자격증, 그리고 양심

 

제21세기인 요즈음에 양심을 운위하는 것은 아마도 시대착오일 것이다.

양심과 개인의 출세는 관계가 없든가, 아니면 "역의 상관관계"일 테니까.

(필자의 친구는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欺 까지는 아니라도 사/詐는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보기 드문 촌철살인이다.)

 

그헣지만 사회전체를 위해서는 얘기가 다르다.

준법과 양심이 통하지 않으면 그 사회는 정체된다.

학자들에 따르면 법치/ rule of law는 경제발전의 필요조건이다.

 

이를테면 "거짓말이 통하는 정도와 

사회의 발전성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

뒤집어 말해서, 한국이 더 좋은 사회가 되기를 원한다면  

허위를 말한 사람이나 위선자를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제21세기초 현재로서는 서양이 동양보다 발전된 사회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서양에서는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들통나면 어김없이 매장을 당한다.

"거짓말 쟁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더 없는 치욕으로 간주된다.

(다만, 미국의 윌리엄 제퍼슨 클린튼 부부만은 예외였다.)

 

자격증을 위조하면 거짓이다.

학력을 날조해도 거짓이다.

 

남의 글을 표절하는 것도 거짓이다.

한국에서는 대학교수가 공직에 나가면 표절행위가 드러나는 일이 흔하다.

더러는 용서를 받기도 하지만 대체로 "낙마"한다.

(그런 일이 흔한 이유는 교수사회에 표절이 일반화되어서 일까?

아니면 사/詐가 낀 교수만이 공직수임/公職受任이라는 "출세"에 근접할 수 있기 때문일까?)

 

어느 와인 바(Wine Bar)에서

 

2007년 한 해는 여러 가지로 한국사회가 시끄러웠다.

그 중의 하나는 예술계통 대학교수(전직 규레이터)의 학위위조 사건이었고,

그 바람에 학력을 속인 예술인들이 무더기로 망신을 당했다.

(학위 위조가 문제가 된 "바로 그 대학교가 바로 그 즈음에"

대학 졸업장이 없는 예술인을 전임교수로 임용한 사실이 있다. 

참 역설적이다.)

 

그 즈음의 어느날,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친구와 함께

요즈음 유행하는, 그렇지만 강남이나 분당은 아니 어떤 지역의

와인 바에 들렀다.

 

그런데, 그 집 여주인이 참 재미있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학위증을 위조한 사람이 학교에서 쫓겨 났으면

남의 책을 베껴서 유명해지고

그 덕분에 국회의원이 된 사람은 사직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학위증 위조 사실이 시끄러운 그 무렵에

어떤 유명세타는 정치인의 인기저서, 즉 출세작(出世作)이 표절이었음이 널리 알려진 바 있다.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하는 와인 바의 여주인이 참 날카로왔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자격증 제도의 필요성은?

 

교수와 예술인의 도덕관념은?

교수나 예술인이 되기 위해 자격증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위조 혹은 사칭은 매우 다른 얘기이다.

 

정치인의 윤리의식은? 

국회의원이 학력을 허위 기재하면 지위를 박탈당하는데

위조학력이나 표절이나 거짓말이라는 점에서는 동류가 아닌가?

 

어쨌거나 기억력이 매우 나쁜  한국 사회에서는

1년도 지나지 않은 사이에 이것 저것 다 잊혀지고 만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Things have returned business as usual.

Nothing other than societal amnes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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