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서 2009년으로 해가 바뀌는 무렵 한두 달사이에
한국의 메스컴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이름은 아마도 김연아일 것이다.
그런 유행을 좇아서 그 "애"에 관한 한 가지 얘기를 하고자 한다.
능력이 출중한 운동선수는 엘리트/elite이고
인기 연예인은 유명인사/celebrity임은 분명하다.
재미있는 점은 한국의 대중매체를 접하고 있으면
한국에서 엘리트는 운동선수 뿐이고
"공인"(公人, 功人, 空人, 共人?)은 연예인 뿐인 듯하다.
어쨌거나 김연아는 최고로 꼽을 수 있는 엘리트이고 공인이다.
그 애가 여기저기 불려다니면서 덕담을 하고 칭송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공자님 말씀처럼 지나침은 모자람과 마찬가지(過猶不及)로 문제가 된다.
지나친 사회적 관심이 김연아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 한 번쯤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김연아가 타이거 우즈와 같은 진정한 프로페셔널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김연아는 그렇게 되기 위한 걸음마를 이제 막 떼었다.
그리고, 김연아는 2008년 현재에 나이로 보아 아이에 지나지 않는다.
(체격조건과는 상관없이
20대 이전이면 부동심/不動心 을 가지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실은 "아이"이다.)
그런데 김연아가 타이거가 되느냐 미셀 위가 되느냐하는 것은
본인, 주변인사, 그리고 한국사회가 행동하기에 달렸다.
김연아가 성인 혹은 기성(旣成)의 선수라면 본인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그 애는 그렇지 않으므로
한국사회의 다룸(處遇)도 본인의 자세 못지않게 중요하다.
여기저기서 그 애를 불러대고
주변인사가 그것을 거절하지 않으면
김연아는 연습시간을 잃고 일상의 스케줄은 혼란에 빠진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자세를 흩뜨리게 되는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자만심도 키울 것이다.
그런 것들은 선수로서의 장래를 위해서는 독이 된다.
미셀 위가 바로 산 교훈이다.
한국사회는 전도가 양양한 젊은이에게
특히, 엄정한 자기관리가 필요한 운동 선수에게
과도한 관심을 보여서 대성하지 못하게 하는 특기가 있다.
임춘애, 황영조, 박찬호, 강초현, 김병지, 김동성, 강병규.....
김연아가 진정한 프로페셔널이 되는 것은
초심/初心 을 항심/恒心 으로 가지는 일이다.
그리고,그 초심의 핵심은
"엄격한 자기관리"와 "부단한 연습"이다.
김연아가 초심을 유지하는 것은
본인, 주변인사, 한국사회가 지금부터 행동하기에 달렸다.
여담으로 전하면, 아래의 인용은 2009년 벽두에
프로골퍼 신지애가 한 말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알만한 사람은 알 일이다.
지난 연말 저는 골프 선수가 아니었어요.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과분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고, 정신없이 각종 모임에 참석하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골프를 시작한 이후 사흘 이상 골프 훈련을 쉰 적이 없었는데, 지난 연말에는 3주나 골프채를 잡지 못했거든요. 그럴 때마다 어서 다시 훈련을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안심이 되네요. 저에게는 아직 골프장이 가장 마음 편안한 곳입니다. (조선일보 2009. 1. 2)
어떤 국가 대표 선수의 프로페셔널리즘
“도둑맞은 금, 떨어진 태극기.” OOO이 21일 열린 겨울
올림픽 남자 1500m 결승에서 1위로 골인했으나 실격으로
판정 받자 들고있던 태극기를 떨어뜨린 채 멍하니 서
있다. (중앙일보 2002. 2. 22.)
(김운용씨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떨어뜨린" 것이 아니라
"들고 있던 태극기를 던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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