꺽치미 경제학

일자리 나누기: 잡 셰어링

안영도 2009. 1. 30. 22:19

일자리 나누기: 시행하기 나름이지…

(Lump of labour fallacy)

 

2009년 1월에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가 갑자기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됐다.

신문보도를 종합하면 목표는 고용을 늘리는 것이고,

시행 방법에는 아래의 두 가지가 있는 듯하다:

 

①  기존 임직원의 임금(시간당 급여)을 삭감하여 고용량을 늘린다. 

②  임금은 그대로 둔채 기존 직원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빈 시간을  신규고용을 통해 메꾼다.

 

          그런데, 그 두 방법은 개별기업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매우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면 ①의 방법은 바람직하지만, ②는 갈길이 아니다. 아래에 조금 풀어서 설명한다.

          임금을 삭감하면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생겨서 자연히 매출이 신장된다. 저절로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서 고용이 증대된다. 기업의 손실도 없고 고용이 늘어서 모두가 덕을 보는 그야말로 win-win 게임이 될 수 있다. 소득이 늘면 소비와 투자가 늘고, 그에 따라 KDI 등의 국책연구소가 즐겨 말하는 경제적 유발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덕분에 장단기를 불문하고 국가경제가 활성화된다.

          그러나 임금은 그대로 두고 평균 근무시간을 줄여서 고용인원을 늘이는 것은 가당하지 않다. 당장의 실업 통계는 개선되지만 기업이나 국가경제를 보면 손실이다. 국민소득("피용자 소득")의 증가는 없고, 기업입장에서는 전체 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상실된다. 중기적으로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가계의 소비도 늘지 않고, 기업의 투자의욕은 감퇴될 뿐이다. 더구나 엉겹결에 임시로 고용한 인력에 대한 처우 문제는 두고두고 골치꺼리가 될 수도 있다. 그렇잖아도 정규직·비정규직·견습사원, 영구직·임기직·한시직, 파견인·임시직·인턴 등을 다르게 관리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09 사번(社番)"까지 따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번째의 방법을 쓸 때에  기업비용이 늘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예컨대, 월 200만원을 지불하면서 1인을 고용하는 자리에 월 100만원씩을 주면서 2인을 쓴다고 하자. 그러면 직원의 숫자가 2배가 되는 만큼 직원에 대한 부수 급여, 관리 경비도 2배 가까이 늘어난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새로 고용된 직원의 생산성은 기존 직원에 미치지 못한다. 아마도 직·간접비를 합치면 평균 인건비가 2배로 늘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간급여 수준을 전반적으로 낮추는 것이 효과적인 "어려울 때의 십시일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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