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2-1> 경제학의 새로운 시도. 번잡을 피하기 위해서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경제학 이론에는 “언제나 합리적 판단(rational judgment)을 내리는 인간”이 전제되어 있다. 그런데 비교적 근래에 와서 소비자로서의 인간은 때로 비합리적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그런 방향의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원천을 따지면 심리학자들이 “실험”을 통하여 인간 심리 및 행동을 관찰하여 얻은 성과가 경제학으로 넘어온 것이다.
행위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혹은 실험경제학이라고 불리는 이 분야는 1970년대에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카네만(D. Kahneman)과 트버스키(A. Tversky)에 의에 수립된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 근원을 두고 있다. 그들은 설정된 상황에 대한 반응을 관찰하여 인간의 비이성적 행위를 확인하였다. 가장 널리 인용되는 것으로는 표현방식에 따라 사람의 선택이 달라지는 아래의 실험 사례가 있다.
현재 특수한 질병이 만연하여 600명의 사람이 사망할 위기에 있다. 여기에 A와 B의 두 가지 처방이 있는데 어느 것을 고를 것인가?
<상황설정①> 처방A는 200명을 살리고, B는 600명을 다 살릴 확률의 1/3 그리고 모두 사망할 확률이 2/3이다.
<상황설정②> 처방A로는 400명이 죽고, B는 600명을 다 살릴 확률의 1/3 그리고 모두 사망할 확률이 2/3이다.
같은 사람들로부터 나온 대답은 “생존”(gain)을 중심으로 표현한 상황①에서는 처방A를, “사망”(loss)를 중심으로 표현한 상황②에서는 처방B를 선호하는 것이었다.
그와 유사한 여러 가지 실험으로부터 사람은 부(wealth)의 총량보다는 그 증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같은 규모의 이득(gain)에서 얻는 기쁨보다 상실(loss)에서 얻는 슬픔이 크다고 느낌(“상실의 혐오”)이 밝혀졌는데 이는 전통 경제학의 가정과는 배치된다 (<그림 2-8> 참조). 그 외에도 처음의 인상이나 선입견이 나중의 판단을 좌우한다든가, 현저히 부각되는 사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의 불합리한 행위가 확인되었다. 전망이론을 빌리면 주식시장의 거품, 대형 금융투기 사고, 원전(原電)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유난스런 반대 등의 행위가 설명될 수 있다.
실험에서 경제이론을 도출하자는 또 다른 노력으로 신경경제학(neuro-economics)이 태동되고 있는데, 뇌의 활동을 관찰하여 경제행위와 관련된 의사결정과정을 확인하자는 작업이다. 가까운 장래의 손익계산은 감성을 다스리는 우뇌(右腦), 장래의 계산은 이성의 좌뇌(左腦)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 등이 연구결과이다.
특히 미국에서 경제학은 정책적 가치판단을 배제한 실증연구(positive research)에 치중된다. 최근에는 풍부한 자료와 발달된 컴퓨터 기술을 활용하여 질병과 범죄 등의 사회적 문제와 주변의 “자질구레한” 행위현상을 설명하자는 노력이 붐을 이루고 있다. 연구대상의 폭이 넓어지고 실제적 과제가 많이 다루어지게 된 것이다. 시카고 대학의 레빗(S. Levitt)교수가 2005년에 출간(공저)한 『괴짜경제학(Freakonomics)』은 그런 연구의 대표적 사례이다. 이 책에는 “낙태의 허용과 범죄율의 상관관계”와 같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일에 대한 연구결과가 많이 소개되어 있는데, 출간 후에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것은 계량분석(econometrics)을 통해 얻는 것은 변수 사이의 상관관계(correlation)일 뿐이고, 인과관계(causality)는 경제학적 추론이 있어야만 설명이 가능하다. 인과관계만이 학문의 궁극적 가치인 설명력(predictive power)을 가져다준다. 상관관계를 찾는 것은 통계처리 기술이고,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경제학자의 식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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