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12. 5. 30)
신과 사람, 똑똑이와 멍청이
신은 완벽하지만 인간은 수시로 실수를 저지른다. 사람으로서 완전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그럴려고 무리를 범하면 자칫 게도 구럭도 놓진다. 완벽을 추구하다가 중간치도 못가기 십상인 것이다. (The perfect is the enemy of the good.)
같은 인간이면서 현명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우둔한 이도 있다. 여러 가지 판가름 기준이 가능하지만, 실수의 빈도도 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특히 동일한 실수의 반복 문제가 핵심이 된다. 즉, 인간으로서 실수는 불가피하지만, 똑똑이는 결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반면에 멍청이는 남의 실수에서 배우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동일한 실패를 반복한다.
붕어는 낚시 바늘을 물어서 혼줄이 나고도 다시금 물곤한다. 그러나 까치만 되어도 여간해서 두번 속지 않는다. 하물며 인간으로서 동일한 낭패를 두번 당하랴....
폐허가 되는 국제행사장
한국인의 평균 지능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이다. 그러니까 웬만한 한국인은 같은 실수를 두번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주변의 대다수는 그럴 정도로 우둔하지 않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점이 한 가지 있다. 우리는 국제행사를 유치하고 잔존 시설로 골치를 썩이는 일을 되풀이 하고 있다. 표제의 인용기사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자랑하는 모든 국제행사에서 같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88 올림픽," 대전 엑스포, 2001 ASEM 회의, 2002 Korea-Japan 월드컵 등등. 되짚어보면 고장난 레코드 판처럼 아래와 같은 행적을 반복한다.
① 정치인 혹은 뒤가 캥기는 기업인 중에서 누군가 나서서 국제행사의 유치를 제안한다.
② 국책연구소(KDI, KIET 혹은 KIEP)가 국제행사의 "경제적 유발효과가 수십조 원"이라고 주장
한다. 보고서 작성자 본인을 포함하여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숫자가 금과옥조가
되어 온 국민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③ 국민의 성원을 뒤에 없고 대통령 및 지도층 인사가 혼신의 힘을 다하여 목표 행사를
유치한다. 그리하여 국제행사의 유치에 관한한 대한민국은 100% 의 성공률을 보인다.
④ 대통령의 선도 아래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많은 기업이 "성공적
국제행사 개최"라는 주문을 외면서 온갖 심혈을 기울인다. 일각에서 "잔존 시설물의
활용방안"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면 주최측에서는 사후대책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다고 자신있게 답변한다.
⑤ 행사가 끝나고 시설물만 휑뎅그래 남아서 세월과 더불어 쇠락하고 급기야 흉물이 된다.
아울러 관리비가 끝없이 투입되어 이른바 돈먹는 하마가 된다. 재정부실의 일부
지자체는 두고 두고 곤욕을 치른다. (서귀포를 생각해 봅시다.) 그럼에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뭐 상암구장이 흑자라고? 서천 소가 웃을 노릇이다.**)
2012년 중반에 여수 엑스포가 열렸다. 그 잔존 시설물이 대전의 경우와 다를 까닭이 있을까? 2014년은 인천 아시아 대회이다. 남는 경기장이 문학구장과 다를 이유가 있을까? 2018년에 "18 올림픽"이 열린다. 그 잔해가 잠실 올림픽 경기장보다 훌륭할 수 있을까?
"18 올림픽" 반납 공약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누구를 위해, 왜 유치했는지 모를 "2018 동계 올림픽 개최권"을 반납하여 국가적 골치거리를 만들지 않도록 합시다.
내가 박모, 문모, 안모, 혹은 김모씨라면 대선공약에 반드시 그 사항을 반영하겠네. 특히 박모씨라면 그 아버지가 "1974 아시아 경기대회 개최권"을 반납한 전례도 있으니까. (정모씨야 그의 존재이유가 체육에 있으니까, 한술 더 떠서 2022 월드컵을 유치하자고 제안하겠지만.)
어쨌거나 "G20 정상회의를 후발국 중에서는 세계 최초로" 개최한 자랑스런 대한민국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멍청이"가 될 수는 없는 일이 아닐까?
**주: 상암구장의 흑자여부를 판단하려면 기회비용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서울에서도 대표적 요지인 그곳에 텅 빈 축구장을 만들어 두고 쳐다보기만 할 이유는 없다. 헐어버리고 제대로 된 공원을 만드는 것이 차라리 낫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주류 방문객인 중국인들이 싫어하는 곳이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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