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망국의 길

카타르를 욕하진 마세요

안영도 2010. 12. 5. 07:07

관심 밖의 2022 월드컵 유치 활동

 

2010년 12월초에 대한민국이 월드컵 유치에 실패한 사실을 거저 담담하게 보도하는 언론이 필자로서는 의외였다. 보통 같으면 대통령이 출장가서 후원하지 않았기 때문이거나, 카타르가 돈으로 매수했다고 비난이 쏟아졌을 것이다. 어쨌거나 관련해서 떠오르는 생각을 몇 가지 정리해 본다.

 

우선, 이번에는 유치계획 자체에 준비가 부족하였고 집념도 실지지 않았다. 특정인의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데 불행히도 그는 대중인기 측면에서 이미 흘러간 물이었다. 그리고 각종 정황에 비추어 볼 때에 정부가 적극 후원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현명한 조치였다. G20 의장국의 국격을 갖춘 나라라면 악덕기업(Robber Baron)에 버금가는 FIFA의 일방적 요구에 굴복할 시기가 지났는지도 모른다.

 

아래에 활동실상을 짐작케 하는 언론 보도를 한 조각 인용한다 (중앙일보, 2010. 12. 4):

 

 

◆한국은 2002년 월드컵이 ‘걸림돌’
      한국이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신청할 때부터 주요 외신들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국내에서도 20년 만의 월드컵 재개최가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었다. 정몽준 FIFA 부회장이 “2002년은 반쪽 월드컵이었고, 이번에 제대로 월드컵을 개최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한승주 유치위원장은 “연평도 포격 사건보다 월드컵을 고작 8년 전에 치렀던 게 더 불리했던 요소로 분석된다”며 “연평도 포격이 득표에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패인이 된 것도 아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정부 비협조가 ‘발목’
     결선에서 카타르에 무릎을 꿇은 미국은 정부의 비협조를 탓하는 분위기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재정보증을 해주지 않아 FIFA의 믿음을 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FIFA는 월드컵 개최로 파생되는 경제적 이득 대부분을 세금 없이 가져가겠다고 요구했지만 미국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리를 최우선하는 FIFA로서는 상업권을 보장하지 않은 미국을 택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지난해 치러진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투표에서도 중계권료를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주지 않겠다고 밝혀 결국 브라질에 패했다.

미국의 일부 언론이 그랬지만, 더러는 카타르가 돈으로 매수했기 때문에 유치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것은 명약관화하고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무턱대고 나무랄 수는 없다. 세상 일이란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돈만 푼다면 오히려 점잖은 축에 속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온갖 방법이 동원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라고 다르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별다른 정보가 없는 필자로서는 이번 월드컵 유치활동이 어땠는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대중매체에 소개된 과거의 사례를 보면 우리의 활동은 매우 극성스러웠다. 그리하여 동계 올림픽과 이번의 월드컵을 제외하고는 마음 먹었던 대회를 "100% 유치에 성공"하였다.

 

아래에 한 언론의 "88 올림픽 유치활동" 회고기사를 인용한다  (연합뉴스 1999. 9. 7):

 

      "전두환 대통령은 조상호 대한체육회장, 박영수 서울시장을 비롯한 당사자들에게 완벽한 준비를 당부했고 정주영 전경련 회장을 포함한 재벌그룹에는 각각 역할을 분담해 특단의 지시를 내렸다. 세계 각지역의 공관들은 고유의 업무를 잠시 보류하고 해당지역의 IOC 위원을 찾아다니기에 분주했고 박종규 대한체육회장 등 일부 인사들은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현지에 특파되어 은밀히 득표전을 수행토록 했다.

       이 같은 한국의 필사적인 작전과는 달리 나고야는 일본정부의 협조마저 거부하고 지자체 위주의 순수(?)한 유치활동을 계속했다. 한국 유치단이 개최지 결정투표 꼭 10일을 남기고 ‘최후의 격전장’인 바덴바덴에 도착해 쿠르 하우스에 홍보전시관을 설치하는 등 마지막 표몰이에 나설 때도 일본은 한국의 지나친 행동(?)을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당시 한국 유치단이 설치한 홍보전시관에는 대한항공 스튜어디스와 미스코리아 출신의 ‘미녀 도우미’ 8명이 화려한 한복을 입고 포진해 본부호텔을 출입하는 각국의 IOC 위원들에게 태극선과 안내책자를 안겼다. 그러나 바로 옆의 일본 부스에는 현지에서 나온 남녀 안내원이 초라한 안내장을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유치단은 IOC 위원들이 아침식사를 하는 식당에서부터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의 일거수 일투족을 파악해 모든 서비스를 마다하지 않았다."

 

참고로 올림픽은 도시 단위로 주최하게 되어 있어서 국가적인 일은 아니다. 같은 올림픽에 대한 접근방식이 크게 달랐던 점은 "동경 올림픽," "88 올림픽," "아테네 올림픽" 등의 이름 자체가 상징하고 있다.

          농담 삼아 한 마디 덧붙이면, 2022 월드컵 유치에 실패한 원인이 혹시 "성매매 금지법"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