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망국의 길

올림픽 후유증

안영도 2010. 2. 25. 19:29

A $1 Billion Hangover From an Olympic Party

(올림픽 파티 뒤에 남은 10억 달러 빚더미)

 

표제의 링크는 동계 올림픽의 후유증에 관한 뉴욕 타임즈 기사입니다 (2010. 2. 25). "올림픽 후유증"이라고 하면 2002년 월드컵을 치러고 우리가 경험한 "잔치 뒤의 허탈감"이 떠오르지만 본 기사의 내용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밴쿠버가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느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앞날이 걱정이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긴세월 동안에 일반 시민들을 위한 교육비, 의료비, 문화비 등의 지출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 역설적인 것은 개최도시를 멍들게 하여 유명해진 1976년의 몬트리올 하계 올림픽과 표제의 후유증 사례가 모두 캐나다의 사건이란 점입니다. 같은 나라에서 똑같은 실수를 두번이나 저지르다니.... (그럴 수 있는 것은 캐나다라는 국가가 아니고, 각각 몬트리올, 밴쿠버라는 도시가 올림픽을 유치했으며, 개별 도시는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지 못한 까닭입니다.)

         필자는 1990년대 중반부터 국제 체육대회 개최의 문제점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습니다. 관련된 글이 블로그에도 10편 이상 실려 있습니다. 뉴욕 타임즈의 기사는 필자의 주장에 타당성이 있다는 증빙일 수도 있습니다. 올림픽 개최 비용에 관한한 캐나다보다는 우리나라가 훨씬 큽니다. 다른 나라는 일반적으로 기존 경기장을 이용함으로써 경비지출을 최소화하려고 애씁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은 온통 새롭게 시설하기 때문에 총 개최 경비는 다른 나라와는 처음부터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유치를 위한 로비 비용을 별도로 치고 말입니다.)

         비용을 투입한 만큼 수입이 늘어난다면 좋습니다. 그러나 훨씬 적은 비용의 캐나다가 적자내는 올림픽을 우리는 흑자일 것이라 장담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아닐 것입니다.  캐나다가 적자이면 한국의 올림픽이나 월드컵도 거의 틀림없이 적자입니다. 

         그러면 실제에서 우리의 수지계산은 어땠나요? 과문인지는 몰라도 2002년 월드컵의 수지계산을 필자는 본적이 없습니다. 다행히 88 올림픽에 대해서는 KDI의 사후 보고서가 있어서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합니다. 물론 조직위원회는 몇 천억원 흑자라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우리의 올림픽이 진정으로 흑자는 아니었습니다. 여러 가지 유무형의 금전적 비용을 누락시켰기 때문에 흑자처럼 보였을 뿐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각종 관련 비용이 국가 살림살이에 묻어 들어서 숨겨진 것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올림픽은 국가가 아닌 하나의 도시가 주최합니다. 수지 계산의 주최가 명확하여 모든 계산이 투명해지므로 적자이면 그대로 드러납니다. 한국의 올림픽은 우리 모두가 보아온 대로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에서 준비됩니다. 캐나다에서는 "몬트리올 올림픽"이지만 한국에서는 "서울 올림픽"이 아닌 "88 올림픽"이 됐음은 그런 차이를 상징합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부담한 비용은 극히 일부일 뿐이었습니다. 국가 비용은 제쳐놓고, 개별 도시 혹은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입장에서 꼐산하면 흑자인 것처럼 되지요.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올림픽을 "거하게 개최하고 마음껏 즐기자면" 반드시 다른 곳에 대한 투자가 줄어듭니다. 밴쿠버의 경우에는 각종 사회적 지출이 줄어들 전망임을 시민들이 걱정합니다. 우리의 경우는 올림픽을 개최한 대가가  무엇이었을까요? 국민이 부담한 희생이 국가 살림살이 여기 저기에 숨어 있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한 가지는 드러납니다. 월드컵 축구장을 10개나 지었기 때문에, 같은 시기에 한정된 국가자원을 놓고 경쟁한 인천공항고속도로는 민자사업으로 밀렸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인천의 문학 혹은 서울의 상암 경기장과 공항고속도로를 바꾼 것입니다. 덕분에 해외여행을 하는 모든 국민과, 영종도의 주민은 비싼 통행료를 계속 물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단순한 돈 계산을 떠나서 가장 큰 희생은 아마도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준비기간, 각각 6년간을 투자한 온 국민의 노력과 관심이었을 것입니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는 유치 순간부터 개최시까지 대통령부터 일선 공무원까지 최대의 관심사는 "성공적 올림픽 개최"였음은 누구나 기억할 것입니다. 그만한 노력을 기초과학 혹은 산업기술에 투자했더라면 우리의 현재 살림살이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3.5% 내외에 지나지 않아서 국가경제의 전망이 불투명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잠재성장률이 3.5%이면, 일인당 국민소득 면에서도 30년 안에 중국에 추월당합니다.)

         평창이 세번째로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고자 나섰고, 부산은 2020 하계 올림픽을 마음에 두고 있습니다. 정부가 특별법을 만들어 지원해 줄 것을 알기 때문에 개별 도시로서는 유치하기만 하면 "노가 나는"  혹은 "대박이 터지는" 일이지요. 그런데 세상에 공짜는 없지요. 그 부담은 대한국민 모두가 골고루 떠 안아야 됩다. 국가경제의 잠재 성장률 하락을 포함하여. 

         잔소리를  한 가지 덧붙이면, 어느 나라에서건 국제행사의 유치는 정치적 목적이 다분합니다. 냉정한 경제적 계산보다는 다음 선거에서의 표 계산을 앞세운다는 말입니다. 재미있게도 밴쿠버의 전임 시장은 동계 올림픽 유치가 화근이 되어 다음 선거에서 낙선됐다는 뉴욕 타임즈의 설명이군요. 정치인에게도 손쉬운 계산은 아닌 셈이 되었습니다. 같은 기사에서 올림픽 경기가 개최된 밴쿠버의 스키 리조트가 경매처리될 예정이라고 보도된 점은, 쌍방울이라는 국내기업이 동계 유니버시아드(1997년)를 위한 무주 리조트 건설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망신 당한 일을 떠올리게 하네요.

 

 

Debt: How Vancouver Heals an Olympic Hangover

From Business Week, March 15,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