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국민의 도덕적 품성 높여야 국격도 높아진다 (조선일보 2010. 3. 19)
정부는 17일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격(國格)을 높이기 위한 과제 80개를 선정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고른 과제들은 공직자 청렴도를 높이고, 질서를 지키는 시위를 정착시키고, 저질(低質) 드라마를 추방해 안방극장의 격을 높이는 것을 비롯해 외국인 근로자 보호, 녹색도시 조성, 평화유지활동 확대 등 각 부처 새해업무보고 내용을 종합한 내용이다. (후략)
국격 향상 전략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국격"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사실 위의 사설대로 국격(國格)이란 말은 아직까지 사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가 편의상 써본 말이 유행을 타게 된 것이다. 어원을 따지면 "나라의 품격" 정도일 터인데 그런 것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마도 세상 사람들로부터 받는 칭송의 정도가 아닐까? (과거 독재정권 시절엔 "국위"라 했다.)
관련하여 필자는 세 가지 의문을 가진다. 하나는 한국의 국격은 스포츠를 통하여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다. 그런데 얼마나 더 높여야 흡족할까? 88 올림픽, 2002 한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세계의 모범이 되었다. 축구는 세계 4강에 올랐고, 김연아, 모태범, 박태환, 황영조, 박세리, 신지애, 양용은, 박찬호, 이형택은 기회 있을 때마다 세계를 깜작 놀라게 하였다. 무엇이 부족한가?
둘은 사설에 인용된 정부의 자세이다. 국격이 높아져서 20개국 정상회의의 유치에 성공했다고 자평해 놓고 새삼 무슨 국격 높이기 운동인지? 그리고 하필이면 단발성 이벤트를 위해서 국격을 더 높이겠다는 것인지? 국가건 정부건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남을 위해서 행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실 아무 것도 아닌 한 번의 행사를 위해 호들갑을 뜰 이유도 전혀 없다. 우리를 평가해 줄 외국인들은 행사와 국격을 혼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매양 국민은 뒤에 두고 행사를 위해서 환경을 정화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등으로 국격을 높이겠다는 것인지? (보라, 2018 동계 올림픽은 무슨 일이 있어도 유치해야 한다지 않는가?)
셋은 정부가 내놓은 국격 높이기 전술이다. 누가 보아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말장난이다. 사람의 인격은 평생을 통해 형성된다. 국격이란 게 있다면 더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다. 몇 천만의 사람이 종합적으로 이루어 내는 것이 국격일 터이니까 고치고 바꾸기가 더욱 힘들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살기 좋은 나라, 외국인이 부러워하는 나라를 만들려면 "기본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장기에 걸친 경쟁 촉진, 질서 유지, 교육 진흥, 과학기술 투자 등이다. 필자가 평가하면 우리 나라는 그런 면에서 약하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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