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부르는 전문용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전문용어는 영어를 번역한 한자말이 많다. 문제는 잘못된 용어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원어의 의미를 취할 때에는 문맥을 감안하지 않고, 우리 용어로 옮길 때에는 겉멋을 부리느라 어려운 한자를 고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엉터리가 되는 이런 일이 흔한 것에는 두 가지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까이 보면 관련학계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멀리보면 우리 어문정책이 잘못된 탓이다. 이에 대해서는 "안영도 경영경제 용어집," 및 "멍청한 어문정책"에서 별도로 따졌으므로 되풀이 하지 않고 2009년 최근에 생긴 예를 생각해 본다.
출구 전략: 이는 아래 용례에서 보이는 바와 같은 "Exit Strategy"를 번역한 것인데 잘못되었다. Exit Strategy 라 함은 "2008년에 시작된 경제 대불황(The Great Recession)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재무부)와 중앙은행이 그야말로 비정상적으로 깊숙히 민간경제에 개입한 상태에서 탈피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그러므로 "Exit"은 "비정상에서의 탈출," 혹은 "정상의 회복" 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Exit Strategy"는 탈출 전략, 철수 전략, 퇴각 전략, 환원(unwinding) 전략 등으로 번역해야 옳다. 이를 "출구 전략"이라고 쓰는 것은 "Exit Poll"을 "출구 조사"라 함에서 본 딴 듯한데, "Exit" 에는 "출구"라는 뜻도 있지만 "빠져나감"이라는 의미도 있으므로 Exit Strategy 의 경우는 후자를 택해야 마땅하다.
(용례) Dominique Strauss-Kahn, managing director of the International Monetary Fund, warned world governments against “premature exits from monetary and fiscal policies” despite signs that “the global economy appears to be emerging at last from the worst economic downturn in our lifetimes.” (Real Time Ecominics, The Wall Street Journal, Sept. 5, 2009)
IMF told to aid orderly exit from stimulus. |
(Financial Times, OCt. 5 2009) World finance ministers called on the IMF to examine ways to provide insurance-style finance to well-run emerging economies so they do not need to build up vast foreign exchange reserves |
엉터리 한자 용어 하나. 요즈음은 "사고 잦은 곳"이라고 쓴 표지판이 더러 눈에 띄지만 대부분은 아직도 "사고 다발 지역"이다. 한자 표현은 알아 듣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글자 수도 많다. 순전히 겉멋이다. 그런데 그 표헌은 엉터리이다. "사고가 다발 뭉치로 발생하는 곳"이라는 의미라 아니라면 "사고 빈발 지역"이 맞다. 사고가 빈발(頻發)할 수 있어도 다발(多發)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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